빈에서 부다페스트 이동 및 부다페스트 첫인상 후기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대감에 쌓입니다 . 실제로 부다페스트에 도착해 보니 빈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고, 켈레티역의 첫인상부터 지하철 이동, 아스토리아 근처 숙소까지 모든게 빈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이동했던 실제 경험과 함께, 처음 도착했을 때 느꼈던 여행에 대해 자세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빈에서 부다페스트로 이동한 아침, OBB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다
오늘은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또 하나의 여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날이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이라 여유롭게 늦잠을 잘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도시로 간다는 기대감 때문에 오히려 몸이 먼저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열차 시간은 오전 7시 39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짐을 챙겨 비엔나 중앙역으로 나왔습니다. 유럽 여행에서는 기차 이동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막상 새로운 나라로 넘어가는 날이면 늘 조금 더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혹시 플랫폼을 잘못 찾지는 않을까, 시간에 늦지는 않을까, 짐 때문에 이동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이번 이동은 오스트리아 철도인 OBB에서 미리 예약한 e-티켓을 사용했습니다. OBB에서 예약하면 메일로 티켓이 발송되는데, 티켓에는 열차 번호와 좌석 정보가 함께 적혀 있어 생각보다 확인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타는 열차는 RJ41이었고, 차량 번호와 좌석 번호도 표시돼 있어서 플랫폼만 제대로 찾으면 크게 헷갈릴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유럽 기차역은 열차가 여러 방향으로 나뉘어 운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전광판에서 열차 번호와 출발역, 도착역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실제로 플랫폼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RJ41인지, Wien Hbf에서 출발해 Budapest-Keleti로 가는 열차가 맞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었던 건 역 이름에 자주 보이는 ‘Hbf’라는 표기였습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여행하다 보면 정말 자주 보이는데, 이게 바로 Hauptbahnhof의 약자라고 하더라고요. Haupt는 중앙, Bahnhof는 기차역이라는 뜻이라서 결국 중앙역이라는 의미입니다. 여행하면서 이런 기본적인 단어들을 하나씩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노선표나 전광판을 볼 때 이해가 훨씬 빨라집니다. 꼭 외워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알고 있으면 확실히 편하다는 걸 이번에도 느꼈습니다.
열차에 탑승하고 나니 내부는 전반적으로 쾌적한 편이었습니다. 좌석도 나쁘지 않았고, 장거리 이동이라고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기차 안에는 식당칸도 있어서 간단한 음료나 먹을거리를 살 수 있었는데,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거리 열차 여행이 조금 더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새로운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은 비행기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기차 여행만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공항처럼 복잡하게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도심에서 도심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점도 정말 편리했습니다.
비엔나와는 또 어떤 분위기일지, 거리 풍경은 어떨지, 사람들이 느끼는 도시의 결은 얼마나 다를지 궁금한 점도 많았습니다. 같은 중부 유럽권 도시라도 각 도시가 주는 첫인상은 꽤 다르기 때문에, 도착 전부터 은근히 기대가 커지더라고요.
부다페스트 켈레티역 도착 후기, 지하철 표 사기부터 초고속 에스컬레이터까지
드디어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습니다. 빈 중앙역이 전체적으로 현대적이고 정돈된 인상이 강했다면, 부다페스트역의 첫인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더 오래된 분위기가 남아 있었고, 한눈에 봐도 세련되고 반듯한 느낌의 비엔나와는 달리, 부다페스트는 도착 순간부터 조금 더 소박하고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저희가 도착한 곳은 부다페스트 켈레티역, 정확히 말하면 Budapest-Keleti 역이었습니다. 역에서 나오기 전 잠깐 뒤를 돌아보니 건물 규모도 꽤 컸고, 확실히 도시의 주요 관문 역할을 하는 역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착 시간은 대략 오전 10시 50분쯤이었고, 이제 해야 할 일은 숙소까지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숙소는 2호선 Astoria역 근처였기 때문에 우선 교통권부터 사기로 했습니다.
역 바깥으로 나오니 버스들이 많이 서 있는 쪽이 보였고,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이 향했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보통 “큰 역이면 당연히 교통권 매표기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매표기를 찾아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해프닝이 하나 생겼습니다. 앞에 있던 어떤 여자분이 교통권을 사려고 하는데, 카드 결제 화면에서 PIN 번호를 입력하는 부분에서 계속 막히는 거예요.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저희 쪽을 돌아보며 뭘 입력해야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때 아내가 바로 “카드 비밀번호”라고 말해줬고, 그다음엔 바로 해결됐습니다. 덕분에 그분도, 저희도 조금 더 편하게 매표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중에는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의 일도 참 재미있습니다.
교통권을 사고 나서는 노선도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켈레티역에서 아스토리아역까지는 빨간색 2호선을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동선이었습니다. 노선도만 보면 아주 간단해 보이는데, 막상 처음 가는 도시에선 이런 짧은 구간도 괜히 더 긴장되더라고요. 특히 짐까지 들고 있으면 작은 실수 하나도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방향과 역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방금 샀던 교통권은 그날 어딘가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도 정확히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한참 생각해 봤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때는 진짜 황당했지만, 지나고 나니 이것도 여행 중 생긴 에피소드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과정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다페스트역의 지하철은 지하에 있는데, 밖에서 아래로 내려갈 때 생각보다 편의시설이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연결되지 않는 구간도 있어서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고, 그때는 정말 “아직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도 전인데 벌써 힘이 빠지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숙소 위치나 교통 편의성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부다페스트 에스컬레이터는 경사가 꽤 급하고 속도도 빨라서, 처음 타면 생각보다 무섭더라고요. 저도 순간적으로 놀라서 손잡이를 꽉 잡았고, 괜히 더 긴장하면서 내려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늘 타던 에스컬레이터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습니다. 여행 후기에서 종종 “부다페스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무섭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직접 타보니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바로 이해됐습니다.
플랫폼 쪽으로 내려가니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화살표로 잘 표시되어 있어서, 다행히 방향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열차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도착했고, 내부는 우리나라 지하철보다 조금 더 좁고 아담한 느낌이었습니다. 최신식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도시 고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이어서 오히려 그 점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렇게 두 정거장을 지나 마침내 아스토리아역에 도착했고, 또 한 번 초고속, 초경사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왔습니다.
Astoria역 근처 숙소 도착, 부다페스트 첫인상과 여행 시작의 설렘
아스토리아역 밖으로 나오자 가장 먼저 사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도시다운 복잡한 교차로와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니 비로소 “아, 이제 정말 부다페스트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역에서 나와 바로 구글맵을 켜고 숙소를 향해 걸었습니다. 처음 도착한 도시에서는 공항이나 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짧은 길도 유난히 길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만큼 주변을 더 유심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걸어가는 도중에는 알록달록한 2층 시티투어버스도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큰 도시를 가도 이런 시티투어버스는 쉽게 보게 되는데, 그래도 처음 보는 도시에서 마주하면 괜히 반갑고 “아, 여기도 관광도시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둘러보지 않았는데도, 이런 작은 풍경들만으로 그 도시의 첫인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숙소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짐을 끌고 이동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가깝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무리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호텔 R9 레지던스였습니다. 사실 서울에서 부다페스트 숙소를 찾을 때 꽤 오래 검색했는데, 가격과 위치, 후기를 모두 고려했을 때 완전히 만족스러운 곳을 찾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훌륭한 숙소라기보다는, 이동이 편하고 주요 관광지로 나가기 좋은 곳이라는 점을 우선순위로 두고 선택했습니다.
직접 도착해 보니 프런트 데스크는 무난했고, 전체적으로 숙소가 아주 세련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 이상이라기보다 “그래, 딱 이 정도면 됐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1박 가격이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부다페스트 중심부에서 이 정도 조건이면 충분히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레지던스 형태라 간단하게 먹을 것을 준비하거나 쉬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완전한 호텔이라기보다 콘도처럼 간단한 생활이 가능한 구조라는 점도 나름 장점이었습니다.
물론 시설만 놓고 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여행을 할 때 숙소에 오래 머무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말 잠을 자고 씻고 다시 나가는 용도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좋은 호텔에서 오래 쉬는 여행도 좋지만, 이때는 최대한 많은 곳을 보고 다니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숙소는 위치와 기본적인 편의성만 확보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숙소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목적에는 잘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짐을 대충 풀고 방 안을 정리한 뒤에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부다페스트 시내를 둘러보러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아침 일찍 비엔나를 출발해 기차를 타고 새로운 나라로 넘어오고, 켈레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도착하는 과정만으로도 이미 하루가 꽤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피곤함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습니다. 처음 도착한 도시가 주는 특유의 설렘 때문이었겠지요.
빈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 켈레티역의 투박한 매력,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강렬한 인상, 그리고 아스토리아역 주변 거리 풍경까지 모두 합쳐져 “이 도시는 또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를 더 키워주었습니다.
마무리
부다페스트에 처음 도착한 날은 관광지를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비엔나에서 출발한 기차 여행, 켈레티역의 낯선 분위기, 초경사 에스컬레이터, 아스토리아역 주변 거리 풍경까지 “이제 진짜 부다페스트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실감을 느끼게 주었습니다. 여행에서는 유명한 명소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한 도시에 처음 발을 디디는 순간의 감정도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부다페스트 여행 전체를 기대하게 만든 시작점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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